여행/'18 Chicago

[Chicago] Millennium Park

Sunshine state 2018. 1. 21. 16:00

네이비 피어와 밀레니엄 파크는 그리 멀지 않다. 버스를 기다리고 타고 가는 시간이나 걸어가는 시간이나 큰 차이가 없어서 밀레니엄 파크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지도로 보면 쭉 서쪽으로 걷다가 한번 좌회전해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밀레니엄 파크가 나온다. 미국 영화에 나올 법한 으슥한 지하도도 지나 지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곤 걷는데 정말이지 너무너무 추웠다. 걸을 때 스치는 옷마저도 너무나 아프게 느껴져서 중간에 괜히 기념품 가게에 들려 몸을 녹이며 공원으로 향했다.

 


 걸어가다가 본 리글리 빌딩 그리고 뒤에 자리한 트럼프 타워



DuSable Bridge



밀레니엄 파크에서 유명한 것들을 고르자면 첫 번째는 클라우드 게이트고 두 번째는 크라운 분수 일 것이다. 그리고 겨울에는 공원 내에 스케이트장도 문을 연다. 미국을 다녀보며 인상깊었던 것은 발길이 닿는 곳 마다 항상 공원이 있다는 점이고 또 큰 공원의 경우에는 아이스링크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뉴욕의 브라이언트 공원과 보스턴 코먼 공원이 그렇고, 이번에 들린 밀레이엄 파크 역시 중간에 스케이트장이 있다. 가족 단위로, 연인들끼리 그리고 친구들끼리 많이 찾는 것 같았다. 그리고 미국스러운 재즈가 나왔다.


 



 재즈 소리를 뒤로하고 밀레니엄 파크에 온 목적인 크라운 분수와 클라우드 게이트를 보러 움직였다. 친구가 몇 번 와봐서 그런지 길을 잘 알았다. 역시 쫄래쫄래 쫒아가는 편이 편하다. 크라운 분수는 분수지만 그 모양은 흔히 생각하는 분수의 모양이 아니다. 큰 사각기둥의 중간에서 물줄기가 나온다. 이 분수의 특이한 점이라면 사각기둥의 한 면에 시카고 시민들의 얼굴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물줄기는 입에서 나온다. 여름철에는 분수 주변으로 열을 식히기 위한 사람들이 많다는데 겨울의 분수는 기념사진을 찍는 몇 관광객 빼고는 사람이 없어서 약간은 황량하다. 하지만 나도 역시 그 앞에서 사진을 남겼다. 그리고 꽤 넓은 광장에서서 주변 건물들도 한번 바라보고 여름의 모습을 상상해봤다.


   



 크라운 분수에서 클라우드 게이트까지는 멀지 않다. 걸어서 3? 가는 길에 커다란 액자모양 구조물이 있어서 사진을 찍었다. 그 앞을 지나가던 아주머니께서 너네 같이 사진 찍어줄까? 하고 물어봤다. 둘이서 여행을 다니고 사진을 찍다보면 가끔씩 둘이 같이 찍어 줄까? 하고 물어보는 행인들이 있다. 그러면 고맙다고 바로 부탁을 한다. 근데 왜 혼자 있을 때는 찍어줄까? 하고 물어보는 사람이 없을까. 혼자 있을 때야 말로 가장 찍어 줄 사람이 필요한데. 하긴 나라도 혼자 사진 찍는 사람보다는 둘이서 찍는 사람들이 더 편할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또 걷다가 약간 건물사이 사진 찍기 좋은 곳이 보여서 그 곳에서도 사진을 찍었다. 사실 그곳에는 다른 커플이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아서 뒤에서 줄을 섰다. 약간 난간 같은 곳에 올라가서 찍으려는 모양이었는데 잘 올라가질 못하셨다. 그 모습을 보고 커플과 나와 친구가 한참을 같이 웃었다. 여행을 하면서 즐거운 건 모르는 사람에 대한 마음의 장벽이 조금 낮아진다는 것. 그리고 작지만 즐거웠던 추억이 생긴다는 점이다. 아니, 추억이 되지도 못할 정도의 작은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너무 사소해서 곧 잊어버릴 것 같지만 그래도 그 순간의 행복한 느낌이 좋다.

 

여기저기 한눈을 팔다가 드디어 클라우드 게이트 앞으로 갔다. 나는 시카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클라우드 게이트는 들어 본 적이 있다. 시각예술에 대한 교양 수업에서 이 작품을 다룬 적이 있다. 예술사에서 중요한 곳으로 이집트, 파리, 시카고 (그리고 한 곳 더 있었는데 기억이 안난다.)에 대하여 수업시간에 다뤘었는데 그 때 어렴풋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역시 교양은 교양수업이었는지 내용이 잘 기억이 안난다. 시카고 다운타운에 있는 건축물들에 대해 배웠는데 다 까먹었다. 기억이 났으면 좀 더 알차게 구경하러 다녔을 텐데. 나는 자유여행을 좋아하지만 투어 없이 돌아다니는 여행은 아쉽기도 하다. 나는 꽤 듣고 배우는 걸 좋아해서 혼자 지식을 습득하는 것만으로는 아쉬운 느낌이 든다. 그래서 투어가 필요한 것일지도...

 




 클라우드 게이트의 별명은 the bean. 콩 모양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실제로 보면 정말 콩 같은 모양이다. 근데 막 듣던 것처럼 와우! 하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여기에 비춰진 건물들이나 내 모습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건축물 중간으로 들어가 천장을 보면 내가 어디 있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앞에서 사진을 찍고 구경을 하고 사진을 부탁한다. 그리고 어떻게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지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시카고에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 처음이었다. 그래봤자 얼마 없긴 했지만, 겨울의 시카고는 정말이지 밖에 서있기도 고통스러울 만큼 매섭고 춥다.




 사진을 찍다가 너무 추워서 카페에 들어가기로 했다. 클라우드 게이트 앞에서 큰길가를 바라보면 바로 스타벅스가 보인다. 미국을 떠나기 전에 스벅카드에 충전해 놓은 돈을 다 써야하기 때문에 스벅으로 향했다. 그런데 사람도 너무 많고 시장바닥 같았다. 그래서 바로 옆의 카페로 갔는데 훨씬 조용하고, 자리도 많았다. 나는 그린티 라떼, 친구는 그냥 라떼를 시켰다. 오랜만에 먹는 따뜻한 그린티 라떼라서 기대하며 음료를 받아왔는데 거품이 너무 많았다. 정말 음료의 절반이 거품이었다.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이렇게 거품을 많이 만들 일일까..? 그래도 맛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손님이 훨씬 적은 이유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밖으로 나와서 길을 걸어보니 이 길의 상점은 거의 다 카페였다. 스벅을 따라서 옆도, 옆옆도, 그 옆에도 다 카페고, 바였다. 역시 관광지 앞이다.

 

밀레니엄 파크를 방문한 소감을 말하자면 여름에 다시 한번 와보고 싶은 곳이다. 그 때는 정말 물이 나오는 분수 앞에서 발도 담가보고, 잔디밭에 앉아서 샌드위치도 먹어보고, 야외 공연도 보고 싶다. 여름이면 클라우드 게이트에 나무도 비치고 파란 하늘도 보이고 시카고만의 건물들도 보이겠지. 시카고에 와서 지금이 겨울이라서 가장 아쉬운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