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18 Chicago

180112 New york - Chicago

Sunshine state 2018. 1. 13. 11:39

 어제는 하루종일 청소를 했다. 베개 시트를 빨고 침대를 들어올려서 먼지를 닦아내고 창문도, 창틀도 닦고. 하나하나 나열하면 끝이 없다. 짐도 싸고 정리도 하려니 시간이 꽤 걸렸다. 새벽까지 청소를 하다가 잠깐 눈을 붙이고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마저 청소를 했다.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빼먹는 것 없이 치우려고 노력은 했는데 잘 됐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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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델타항공을 타고왔다. 짧은 (사실은 길지도 모르는) 델타 항공 후기. 


1. 수화물 부칠때 현금 결제가 안되고 크레딧 카드만 결제된다. 내 카드는 숙박이랑 항공이 튕긴다...^^.. 오늘도 역시 튕겼고 한국에 가면 해외사용 가능한 신용카드를 다시 만들어야겠다고 또 다짐했다. 그래서 나 같이 결제되는 크레딧카드가 없는 경우 임시 카드를 발급받고 거기에 돈을 넣어야한다. 근데 그 카드 발급비용이 5딸라다.. 아까워라.. 이 카드 다시 쓸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현금 왜 안받지?


2. 출국장으로 나가는데 직원이 나보고 여기 줄서지 말고 저리로 가라그래서 이놈들 또 나 개고생 시키는건가 쒸익쒸익 하고 있었는데 짧은 줄에 보낸거였다. 이코노미긴한테 뭐 취소도 되고 빨리빨리 들어갈 수 있는(?) 걸로 끊었었나보다..


3. 델타항공 어플 완전 열일한다. 항공권을 끊었는데 메일로 이티켓이 안와서 델타항공 어플을 깔아뒀는데 이게 오늘 꽤 도움이 됐다. 오늘은 날씨가 안좋아서 비행시간도 30분 지연되고 게이트도 두번이나 바꼈는데 어플에 변경사항 알람이 바로바로 울렸다. 그리고 문자도 계속 보내준다. 계속 바뀌는건 좀 그렇지만 날씨가 안좋았으니까. 그리고 방송만하는게 아니고 직접 연락해줘서 좋았다. 미국번호로 전화가 온게 있었는데 아마 델타 쪽에서 비행기 변경 때문에 전화를 해준거 같다. 왠만한 미국번호는 안받아서.. 확실하진 않지만. 그리고 내 짐이 비행기 탔다 내렸다 이것까지 알려준다. 짐 추적(?)도 가능한!


4. 비행기는 2-2 작은 비행기였는데 흔들리는 건 가끔.. 별로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5. 캐리어를 짐칸에 넣는데 가방앞쪽에 목도리 넣은것 때문에 들어가지가 않았다. 자리도 부족해서 옆의 가방 조금씩 밀고 조정하는데 가방주인이 자기 가방 위험하다고 막 뭐라그랬다.. 아니 내가 가방 떨어지게 하겠냐구 그냥 조정중이고 내 가방 넣으면 다시 잘 넣어 둘거다 얘기하고 싶었는데 말이 안나왔어.. 승무원이 와서 다른 칸에 넣으라고해서 넣다가 손가락이 찡겨서 살이 찢어졌다. 승무원도 절대 가방올리는거 안도와줘.. 뭐 별 거 아닌 일이긴한데 혼자 자리에 돌아와서 피나는 손가락 휴지로 동여매고 있으니까 서럽더라.


6. 비행기 안에서 계속 텐데를 들었다. 눈 감고도 들어보고 가사도 집중해보고 목소리도 집중해보고. 텐데반복재생만 한시간은 한 것 같다. 노래를 들으면서 나도 같이 꿈속의 공간으로 향했다가, 현실로 돌아왔다가 다시 눈을감고 꿈속으로 들어갔다. 가사를 따라가면서 들으면 막 머릿속에 장면장면이 잘 그려진다. 노래가사처럼 뮤비 찍었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다. 위닷츄 뮤비랑 연결되는 것처럼 찍어도 유기적이고 재밌었을텐데... 텐데... 5일만에 찍었다니 뭐 어쩔수 없지만 슴스테 나와서 좋긴한데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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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지금 거의 파산 상태다. 생각보다 여행할 때 돈이 너무 많이든다. 나는 정말 안쓰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견딜 수 있는 물가가 아니다. 이제 정말 돌아갈 때가 된거지... 미국와서 제대로 쇼핑한번 해본적이 없는 거 같다. 올 때 캐리어 두개 들고왔는데 돌아갈 때도 캐리어 두개로 돌아간다. 물론 입던 옷을 많이 버리긴 했지만 쇼핑을 못하는 건 아쉬워. 쉽고 편하게 많은 돈을 벌고싶다 -0-


 어쨌든 캐리어도 무겁고 잠도 별로 못자서 우버타고 숙소까지 가고 싶었는데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7일패스를 끊을까, 충전식카드를 살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충전식 카드로 발급받았다. 고작 8달러 아끼겠다고. 무튼 감자튀김이라도 하나 사먹을 수 있겠지 뭐. 하지만 후회한다. 돌아갈 때는 무조건 우버를 탈 것이다. 환승을 한번 해야했는데 전철을 잘못탔더니 계단을 엄청 올라가고 내려가야했다. 캐리어 두개들고 어떻게 가 그걸... 물론 가긴했지만 지금도 팔이 시큰거린다. 외식 몇번... 안하고 공항 돌아갈때는 우버타고 갈래.


 시카고는 춥다. 무지 춥다. 정말정말 춥다. 오늘은 눈이 왔는데 엄청 건조한 눈이 왔다. 호수 주변이라서 건조한 눈이 약간 납득이 안갔는데 그냥 내 생각으로는 바람이 너무 강해서 수분이 다 날아간건 아닌가 싶다.그냥 눈이 바닥에 내려 앉아도 바람불면 낙엽처럼 흩날린다. 그리고 바람이 진짜 매서워서 바람이 나를 등떠밀고, 앞에서 밀어서 나아갈 수 없게끔 만든다. 정말 두피가 너무 시려웠다. 털모자를 썼는데도. 내일 밖으로 나가기가 너무 두렵다.


 아이폰이 자꾸 꺼진다. 영하 날씨에 오래 있으면 배터리가 훅훅훅훅 줄어들다가 갑자기 꺼져버린다. 뉴욕에서도 그것때문에 엄청 빡쳤는데 오늘도 역시 구글지도 보면서 호스텔까지 걸어가는데 갑자기 꺼져버렸다. 호스텔 이름도 모르는데. 위치만 대충 기억해서 그쪽으로 갔더니 카페만 하다 있었다. 그래서 여기가 아닌가 싶어서 주변을 헤매다가 편의점에 들어가서 핸드폰을 녹이고 충전했다. 아 정말 겨울 여행 끔찍하다. 핸드폰이 꺼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 핸드폰을 겨우 녹여서 지도를 보면서 걸어가니 아까 그 카페가 호스텔이다. 아니 호스텔에서 카페 겸하는 거 같기는 했는데 그래도 밖에 coffee라고 적으면 어떡함... 그래도 호스텔 시설이 너무 좋아서 만족한다. 이렇게 넓고 깔끔하고 쾌적한 곳은 오랜만인거 같다. 여기는 나중에 따로 또 써야지. 


 내일은 뭐할까. 사실 시카고에 온 건 친구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대학 때 가장 친했던 친구가 시카고 근처로 대학원을 갔다. (시카고에서 두시간 거리여서 친구집에서 지내는게 아니라 숙소도 따로 잡아야 했다.) 그래서 나 미국오는 김에 만나기로 했었다. 다음주 월요일이 빨간날이라구 11월부터 그러면 금, 토, 일, 월 4일동안 같이 시카고 여행하자고 그래서 온 시카고다. 그런데 이게 점점 주말만 보는 것처럼 말하다가 어제는 학교일이 너무 바빠서 일요일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연락이 왔다. 머리는 이해하는데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나를 보기 위해 일부러 무리해서 주말동안이라도 온다고 하면 그러지 말라고 사양했을테고 친구가 무리하는건 나도 바라지 않지만 그냥 내가 바보가 된 것 같다. 나는 이 친구를 만나려고 10월달부터 시카고 아웃으로 비행기표도 끊고 나 숙소 예약할건데 너는 어떻게 할건지, 나는 루프탑 바 가보고 싶으니까 데려다 달라 이런얘기들을 했는데 나는 도대체 뭐가 된 걸까. 


 그리고는 내가 바쁘지 않다는 사실에 짜증이 났다. 친구는 대학원으로 바쁘고 일정이 가득차있고 시간내기도 힘든데 나는 이친구 일정에 다 맞춰서 전체적인 틀도 짰다. 기껏해야 여덟시간은 만나려나. 허무하다. 같은 학교 같은 과를 나왔지만 친구는 자기의 길을 걸어가고 있고 나는 아직도 방황하고 있다. 비교하고 싶지 않은데 이래저래 속상한 마음은 쌓여간다. 반 강제로 혼자하는 시카고 여행이 됐는데 내일 갈만한데가 어디 있는지 여행지도를 보다가 맘에드는 곳도 없어서 그냥 때려쳤다. 날씨는 또 얼마나 추울까. 그냥 늦잠이나 자고 지금까지 여행들을 정리하는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