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17 Boston

Day 2. Boston (1) - Harvard University, Harvard Square

Sunshine state 2017. 12. 26. 12:10

 계획이 없는 여행의 좋은 점은 늦잠을 자도 아무렇지 않다는 것이다. 평소 나의 여행스타일은 시간별로 계획을 세우고, 교통편 알아보고, 검색해보는 타입인데 이번에는 몸만 간 터라 전날 밤 어디갈까 지도를 보는게 전부였다. 지난 밤에 오늘은 하버드랑 MIT 그리고 보스턴 미술관에 가보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사실은 중간중간 카페도 가고 산책도 할계획이었는데 실제로 간 곳은 저 세곳 뿐이다.. 아홉시쯤 느즈막히 일어나 호스텔에서 베이글과 식빵에 생크림과 버터를 듬뿍 발라먹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오렌지 쥬스랑. 밥을 먹고 방에 들어가니 옆자리 한국분께서 카톡 아이디를 남기고 가셔서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여러군데 돌아다니니까 대중교통 카드를 사야했다. 보스턴의 교통수단은 T라고 하고, 교통 카드는 찰리카드라고 한다. 1일권을 끊을까, 아니면 탈 때마다 돈을 낼까 생각하다가 그냥 1일권을 사기로 했다. 근데 티켓을 보니 진짜 24시간 카드였다. 대부분의 기간제 티켓들은 개시한날로 세는 것 같았는데 찰리티켓은 시간으로 카운트 해서 다음날 아침에도 쓸 수 있었다. 





  내 귀여운 찰리티켓 '-' 한번 탈때마다 $2.75 여서 4번 이상 (4번에 $11) 탈 계획이면 1일권($12) 끊는게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카드가 좋았던 점은 지하철에서도 사용가능하고 버스에서도 사용 가능하다는점. 먼거리는 지하철을 탔고 가까운 거리에 밖을 보고 싶을때는 버스를 탔다. 






 제일 먼저 향한곳은 하버드 대학교. 사실 하버드나 MIT는 거의 기대를 안하고 갔다. 나도 우리학교에 캠퍼스 투어 오는 학생들을 보면서 도대체 왜 올까.. 볼것도 없는데.. 하고 생각하기 때문. 가서 캠퍼스 투어를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계획이 없는 자는 투어도 남의 얘기다..^_ㅠ 숙소에서 하버드 대학교로 가는길, 지하철을 타고 다섯정거장 정도 걸렸다. 보스턴 중간에는 찰스 강이 흘러가는데 지하철을 타고 이 강을 건너니 대학 다닐 때가 생각났다. 매일 아침 이호선을 타고 한강을 지나 학교에 갔다가 또 이호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1학년, 처음 학교에 등교할 때 한강을 지나면서 너무 신기하고 마냥 좋았었는데 그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하버드 학생들도 찰스강을 지나며.. 같은 생각을 하려나? 통학하는거 너무 싫었는데 그래도 가끔씩 집으로 돌아가는길 석양이라던지 야경이 참 좋았다. 






 하버드는 Red line에 있어서 온 지하철 역안이 빨강빨강이었다. 그리고 하버드 스퀘어 주변도 거의 다 빨간 벽돌 건물들이고, 하버드의 상징색도 크림슨색?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지만 약간 붉은색이어서 나에게 이곳은 빨간곳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보스턴의 분위기가 너무 좋다. 특히 보스턴을 다니면서 가장 좋았던 곳은 하버드 스퀘어. 우리나라에도 모든 대학앞에 대학가가 있듯이 이곳도 하버드 스퀘어가 있다. 엄청 딱딱하고 재미없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아기자기하고 활력있는 곳이었다. 미국대학은 지금 방학이려나? 학생들은 거의 없어서 휑한 느낌이었는데 여름날 오면 너무 좋을 것 같았다. 학생들은 관광객이 반갑지 않겠지만.. 죄송..





  지하철을 내리자마자 바로 눈앞에 보인 Harvard Square Holiday Fairs 입간판. 뭔지 궁금해서 학교 가보기전에 저 간판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사실 하버드 스퀘어가 뭔지도 모르고 있는 줄도 몰랐는데 저 간판 덕분에 하버드 스퀘어를 쭉 돌아 볼 수 있었다.





 걸어가는 길. 벽화도 많아서 구경하면서 걷기 좋았다.





 걸어가다가 들린 Raven used books. 아무래도 학교 앞에 있는 중고 서점이라 그런지 전공서적이 참 많았다. 내 전공의 책도 찾아봐야지 생각했는데 찾지는 못했다. 분명히 있기는 있을텐데...! 한 3분정도 찾아가 쿨하게 포기..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전공서적들 보니까 반가웠다. 다시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잠깐 들었는데 그 마음은 금방 사라졌다. 미국에 와있으면서 공부를 더 할까 고민해보려고 했는데 자신이 없다. 머리는 대학원에 가는게 좋을거라고 생각하는데 공부하기도 싫고 잘할 자신은 더 없어서 그냥 포기의 마음이다.







 중고책 서점 옆에는 초콜릿 가게도 있고 너무 귀여운 스타벅스도 있다. 2층이 너무 아늑해보여서 혹시 스타벅스인가 싶어서 들어가봤더니 1층짜리 스벅이었다. 완전 낚였어. 근데 아기자기하고 너무 아늑해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 또 보이는 holiday fair 입간판.. 음.. 잘 따라가고 있군..





 그리고 스타벅스 앞에는 Border cafe가 있다. 여행책에서 봤던, 하버드 학생들이 좋아하는 음식점..! 멕시칸 음식을 파는 곳이라는데 나도 들어가보려다가 너무나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에 압도되서 들어가지 못했다. 힝 그래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났다. 





멀지 않은 곳에서 드디어 찾은 홀리데이 페어






 이렇게 꾸며진 공간이다. 12월 9 10 15 16 17 20 21 22 23 일에 열린다. 다행인지 나는 마지막날 직전인 22일에 가서 구경 할 수 있었다. 어떤 곳인지 모르고 들어갔었는데 로컬 사람들이 수제로 만든 소품들을 파는 곳이었다. (Local crafts for gift-giving 이라고 되어있다.) 특이한 것도 많았고 사고 싶은것도 많았는데 아무것도 사지 못했다.. 숙박비가 결제된 줄 알았는데 카드에 문제 있다고 가진 현금을 다 숙박비로 털어서 현금 거지가 됐기 때문에..





 바닷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악세사리 파는 부스. 원래 악세서리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 요새 따라 귀걸이가 예뻐보인다. 화려한 귀걸이 하고 싶어.. 여기도 한참 보다가 지나칠수 밖에 없었다..





어딜가나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는 미국






 여기도 너무 신기하고 예뻤다. 진짜 별의 별 소품이 시계가 되어 있었다. 부스 주인분께 언제부터 만들기 시작했냐고 물어봤는데 20년 전부터 어머니께서 만들기 시작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옆에 계시다구..ㅎㅎ 옆의 부스의 악세서리 판매하시는 할머니가 어머니시라고 하셨다. 모녀가 손재주가 다 좋으신가보다. 그리고 본인은 5년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고 하셨다. 너무 재밌으시다고. 그리고 모든 소품을 시계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ㅋㅋㅋㅋ 나도 저렇게 생활하고 싶다. 예전에 동아리 친구랑 우리 나중에 은퇴하면 팔찌 만들어서 팔자고 얘기했었는데. 아직 취직도 안했지만 나중에 은퇴하게 된다면 나도 저런 소품들 만들어보고 싶다. 재밌을거 같아.





이상한 크리스마스..고양이...






 그리고 너무 예뻤던 여기. 달에 앉아있는 새들. 태일이 생각도 나고 취님 생각도 났다. 달과 새를 좋아하는 취님..





 홀리데이 페어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서 길을 좀 더 걸었다. 걷다가 우연히 보게된 Crema cafe. 여행 지도에 이곳이 표시되어있었던게 기억이나서 여기서 커피한잔 하러 들어갔다. 하버드 학생들이 좋아하는 카페라고.. 밖에서 볼 때는 별로 커보이지 않았는데 들어가니까 2층도 있고 꽤 넓었다.





사람 완전 많아! 나는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서 바라본 1층모습. 밖에서 볼때는 몰랐는데 여기도 역시 빨간 벽돌 건물인가보다.







 내가 시킨 로스트비프 샌드위치와 아메리카노. 유명한 메뉴가 뭔지 몰라서 그냥 맛있어보이는걸로 시켰다. 빵이 꽤 딱딱해보였는데 차가웠지만 쫄깃하고 딱딱하지 않았다. 그리고 안에 새콤한 무피클이 들어있었는데 그건 너무 시큼해서.. 왜 넣었을까 의문이 드는 맛이었다. 그래도 고기도 연하고 빵도 맛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커피는 약간 신맛이 나는 커피. 뉴욕에서 맛있다는 커피집에서 커피를 마시면 신맛이 강해서 별로였는데 여기도 신맛이 강하다. 난 구수한 커피가 더 좋은데. 뉴욕의 맛있는 커피는 신맛이나는 커피인가..? (근거없음)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도 많고 대화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역 주민도 꽤 오는 것 같았고. 생각보다 관광객이 적은 느낌이었다. 음, 2층은 학생들이랑 지역 주민분들이 많은 느낌이었고 1층은 관광객이 많은 것 같았다. 하버드 대학교 앞 카페라고 해서 특별할 건 없어 보였다. 한국의 대학가 카페랑 비슷한 느낌. 옆 테이블 사람들은 뭔가 토론을 하는 것 같았는데 적극적으로 토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기는 했다. 앞자리에는 할머니랑 손녀가 와서 샌드위치랑 스프를 시켜먹었는데 할머니 꽁무니만 쫄쫄 쫒아 다니는 애기가 귀엽고 두분 다 보기 좋았다. 





그리고 발견한 The COOP. 가끔 대학교 안에 있는 기념품점 같았다. 의류, 모자, 필기도구 등등이 있다. 특이한게 있다면 학교안이 아니라 학교 밖에 있다는 점? 이 지역의 경제가 하버드 대학교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자라도 하나 살까 하다가 내가 이걸 언제 쓰겠나 싶어서 패쓰.. 그래도 생각보다 옷이 예쁘게 생긴것 같다. 디자인도 다양하고.











나에게 붉은 벽돌 건물 거리로 기억 될 하버드 스퀘어. 이제는 (드디어) 대학교 보러 갈 차례.




<Havard yard>


하버드 야드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풍경. 겨울느낌이 가득하다.




휑하다..




하버드 동상의 왼발을 만지면 후손들이 하버드에 갈 수 있다고.. 반질반질한 구두.. 나도 만지고 사진찍었지롱






건물 안에도 잠시 구경해보고 이제는 MIT로 가 볼 시간. 생각보다 캠퍼스는 구경할 수 있는게 없었다. 이래서 캠퍼스 투어가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하버드에서 MIT까지는 지하철 두정거장 차인데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었지만 그래도 짧은 거리니까 거리 풍경을 보고 싶어서 버스를 타러 갔다. 





버스타러 가는 길에 본 게임하는 애기들





학교 바로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 kendall square 가 종착역인 68번을 타고 마지막정류장에 내리면 MIT 도착이다.






 버스를 타고 MIT 까지 슝슝! 하버드 스퀘어 구경 할 때 까지만 해도 눈이 안왔는데 학교 건물을 구경 할 때 쯤부터 조금씩 눈이 오기 시작했다. 일기예보에 눈이 온다고 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뭔가 심상치 않았다. 5분정도 차이로 구글맵에 버스 정보가 사라지고, 지연되고.. 나는 타고 나서 그 뒤로 버스들이 늦어지기는 했지만. 버스도 눈때문에 점점 느려졌다. 그래도 천천히 주변 집 구경을 하면서 가니까 좋았다. 보스턴 특유의 한적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파스텔 톤의 집들이 귀여웠다. 뉴욕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어서 더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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