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17 New york

171204 Home for the holidays

Sunshine state 2017. 12. 8. 14:15

 요새 내가 컴퓨터 킬 때마다 하는건 NYTIX 들어가서 로터리 티켓에 응모하는 것. 생각보다 로터리티켓 당첨되기가 쉽지 않아서 뉴욕사람들도 관심있는 사람들은 매일 응모한다고 한다. 근데 지난번 킹키부츠에 이어서 Home for the holidays에 당첨됐다는 메일이 왔다. 근데 뮤지컬이라고는 했지만 콘서트에 가까운 공연이었다. 인터넷에 찾아봐도 자세한 정보는 나오지 않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상받은 사람들이 나와서 노래를 부른다고, 홀리데이 시즌 공연 정도라고만 올라왔다. 뭔가 결제를 하면서도 마음이 찜찜하기는 했는데 우선은 당첨이 된거니까 가보자 싶었다.









 공연장에 도착했는데 뭔가 입구가 한산했다. 나는 공연시작 20분 전 정도에 도착했는데 관객입장이 수월하게 이루어진건지 로비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날씨도 추운데 잘됐네 생각하면서 공연장에 들어갔다. 공연이 재밌을지 아닐지 확신이 안섰지만 그래도 기대를 했던건 자리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빈자리 중에 내가 선택 할 수 있었는데 맨 앞에서 두번재 줄에 자리가 몇개 있었다. 이거 2층인가? 싶었는데 심지어 1층 중간블럭이라니. 이거는 태어나서 앉아보지 못한 자리다 싶었던 것이다. 공연 시작 10분전 자리에 착석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상했다. 왜 사람들이 30%정도 밖에 없는거지.......? 근데 그거는 신기했다 목에 박스 달고 간식 파는거..





 내 오른쪽 옆자리는 친구들끼리 온 것 같았고 왼쪽 자리는 혼자 온 것 같았다. 하지만 공통점은 다 로터리 티켓으로 온 것 같았다는 거? 왜냐면 열심히 줄거리를 보더라구... 그리고 좌석 선택할때 비어있던 자리들이기도 했고. 그사람들은 재밌게 봤을까? 나는 중앙에서 약간 오른쪽 자리라 중앙을 보기 위해서는 고개를 왼쪽으로 자주 돌려야 했는데 옆사람이 계속 미소지으면서 보고 있었다.





 공연이 시작했다. 남자 한 분, 여자 두 분이 주인공(?)이다. 주인공이라고 하기도 뭐하다.. 그냥 얘기해야겠다 주절주절..너무 재미없었다.. 이제 재미 없는 이유 오백개 늘어놀 것..





 무대는 넓었다. 아티움 1.5배? (무조건 아티움으로 비교함) 무대는 크게 앞쪽이랑 뒤쪽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앞쪽은 가수분들이 공연하는 부분, 뒤에는 세션분들이 연주하는 공간이었다. 배경은 없었다.. 그냥 흰 블라인드에 조명으로 색깔을 입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커다란 트리가 몇개가 있었는데 그.. 어릴때 색종이 여러번 잘라서 중간중간 도려내서 펼치면 생기는 문양있는 종이처럼 생겼음 ㅇㅇ.... 무대라도 보는 맛이 있었으면 아무리 재미없어도 용서가 됐을텐데..


 공연은 인터미션 없이 90분이었다. 그리고 세가지 의상을 볼 수 있었다. 30분에 한번씩 갈아입으셨나보다. 처음에는 파랑 다음은 빨강 그다음은 금색이 컨셉이었다. 너무나 크리스마스 색깔....ㅋㅋㅋㅋㅋ 물론 크리스마스 공연이니까 그렇지만. 심심해서 드레스 디테일 구경했다. 역시 공연용 의상은 빤짝이가 필수 인 것 같았다. 그리고 너무 충격적인 코디가 있었는데 한번은 은색의 금속 깃털 귀걸이에 진주 목걸이에 금색 팔찌였나 반지.. 코디가 안티인가 아니면 직접 준비한건데 센스가 없는건가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안어울리는 조합이었을 것이다. 시상식 갔으면 백오십퍼센트의 확률로 워스트 드레서 선정되었을 것임. 


 공연을 보는 중 왜 제목이 Home for the holidays 인지 알게 되었다. 중간중간 할아버지가 나와서 어릴적을 회고한다.. 진짜 최악의 모멘트였음..ㅜ 내가 어렸을때말이지 눈이 많이 오는 아침이었지 허허허. 이런 내용임.. 너무나 올드하고 왜 젊은이는 2열의 네명 뿐이었는지 이해가는 순간이었다. 그분이 연출자였을까..? 이건 가족을 위한 것도, 연인을 위한 것도 아니고 그냥 그 할아버지의 자아실현 공연 같아 보였음. 기획팀은 사람들 나갈 때 설문조사하고 왜 관객석이 텅텅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음.. 


 텅텅 공연장을 보면서 그냥 가격 반토막내고 두배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우선 브로드웨이의 자존심(ㅋㅋㅋ...)이 있으니 그럴리는 없고, 두번째 두배의 관격이 모일리가 없으며, 셋째 그 관객들이 재미없다고 입소문을 내면 이 공연에게 내년이란 없을 것이다. 근데 왜 이런 생각을 했냐면 사람이 없으니까 아무리 앉아 있는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호응을 해도 조용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바람잡이가 괜히 있겠는가. 공연의 열기라던가 분위기는 공연의 퀄리티를 떠나서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같은 공연을 일곱번 정도 본 적이 있는데 관객의 호응도나 분위기생에 따라서 조금 더 재밌는 공연이 있고 조금 아쉬운 공연이 있었다. 호응이 좋으면 가수도 신나고 나 역시도 좀 더 편하고 재밌게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객석을 거의 못채운 공연을 간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공연은 더 아쉽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빈 객석을 보는 가수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프다. 아무리 재미가 없었지만 열심히 박수치고 봤던건 가수에게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다. 나를 전혀 신경쓰지 않았겠지만. 음 눈에 띄었을 수도 있었겠다. 이 공연장의 유일한 동양인이었으니까. 이 공연이 저분들에게는 꿈의 무대였을까? 생각했다. 주연 세 분 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상을 받았다고 했다. 앨범은 냈을까? 앨범을 낼 수 없었을까? 공연을 하고 싶었을까? 공연 의뢰가 들어와서 수락한 것 뿐일까? 원하고 원하던 무대였을까? 노래 할 수 있어서 행복할까? 


 한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는 대부분 방송에 출연하고 아이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예쁘고 어리고 노래잘하고 매력있는 친구들은 아이돌 가수가 되는 것이다. 노래만 잘해서는 우승까지는 하기 힘들다. 높은 순위에 올라가는 것 역시 그래보인다. 미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조금 다른 걸까. 사실 미국 프로그램을 잘 안봐서 모르겠다. 예전에 홈스테이 했을때 그 집가족들이 갓 탤런트 프로그램(?) 열심히 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상을 받고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하게 되는걸까. 


 꿈을 이뤄가는 사람을 보는 건 행복하다. 나도 그렇게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길을 헤매고 있다. 그래서 가끔은 생각한다. 내 앞가림도 못하는 사람이 누굴 좋아하고 누굴 지켜보고 응원한다는 걸까. 가끔 스스로에 대해 과하게 냉소적으로 대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걸까? 다들 꿈을 따라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다가 포기 했을까. 아니면 나처럼 꿈이 없어서 걱정하는 사람도 많을까. 듬성듬성 관객이 있는 공연장에서 노래하는 가수 분들이 안타깝다고 생각하다가 열심히 제 몫해내고 잘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내가 뭘 걱정하는건지 싶었다. 


 근데 그거랑은 별개로 노래도 아쉬웠음. (지읒 시옷 죄송..) 우선 세명의 음색이 다 비슷하고 평범하다. 내가 너무 한국식 K-경연에 익숙해서 그런가.. 그냥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노래 잘하는 사람의 노래였다. 특색이 없었음. 그 가수만의 고유한 특징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 노래 잘해!!!!!!!!!!'이런 포인트에도 그냥 노래부르네.. 정도 생각만 들었다. 어떻게 상받았지...-.-...?.....;;;; 


 그리고 크리스마스 공연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캐롤만 불렀는데 잘 모르는 캐롤도 많이 불렀다. 그리고 잔잔한 노래도 많이 부르고. 이게 컨셉이었나보다. 이 공연의 타겟은 누구지? 노부부..?!.. 노래가 재미없으면 뒤에서 누가 춤이라도 추면 좋았을텐데, 댄서도 한명도 없고. 다른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랑 가격은 비슷한데 공연에 대한 투자가 느껴지지 않아서 더 아쉬웠던 것 같다. 1분 1초가 다르게 아쉬운 점만 생각났음. 배경도 밋밋, 스토리도 밋밋, 노래도 밋밋, 구성도 밋밋, 호응도 밋밋. 이 공연의 좋은 점은 자아성찰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


 난 겁이 많은 사람이다. 도전을 무서워하고 보험들어 놓는 걸 좋아한다. 나에게 어떠한 기회가 생기면 왠만해서는 다 잡는 편이다. 이건 도전적이라기 보다는 앞으로 나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그 때 할 수 있는건 우선 잡고봤던 것이다. 얼마전에 '내 이름은 김삼순' 드라마를 다시봤다. 삼순이가 진헌이네 레스토랑에 면접을 갔을때 이런 얘기를 했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다고. 초콜릿 상자 안에 맛있는 초콜릿이 들어 있을지, 상한 초콜릿이 들어 있을지 먹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고. 어렸을때는 겁도 없이 이것저것 집어 먹었지만 지금은 어떤게 쓴 럼주가 들어 있는 초콜릿인지 모르니까 조금 더 고민하고 생각하고 먹게 된다는 얘기를 했다. 기회도 역시 초콜릿 상자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언제 또 누가 나에게 초콜릿 상자를 선물해줄지 몰라서 나한테 준다고 하면 덥석덥석 받았다. 그안에는 의도치 않게 상한 초콜렛이 있었을 수도 있고, 어떨 땐 아주 맛있는 초콜릿이, 어떨 땐 나를 골탕먹이기 위한 고춧가루 초콜릿이 있었을 수도 있다. 이제는 나도 아무 초콜릿이나 먹고 싶지는 않다. 이왕이면 나쁜 건 먹고 싶지 않고 내 상자에 맛있는 초콜릿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공연을 보고 깨달았다. 이건 상한 초콜릿이구나.. 로터리 티켓이 당첨되는 일은 쉽지가 않으니까 무조건 우선 가보자! 하고 왔는데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안간 것 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또 그렇지만도 않은것 같다..ㅠㅠ 이것도 무료공연은 아니니까. 하지만 난 오늘도 로터리 티켓을 응모했다ㅋㅋㅋㅋㅋㅋ 마담버터플라이나 미스 사이공 보고 싶은데 이건 로터리가 없어서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꿀 시야의 맛을 봐서 그래도 좋은 자리로 가고 싶다..





 공연 끝나고 사진 한장 찍었다! 무대 허술한거봐 진짜.. 근데 이상한게 마지막 무대인사 하고 공연장에 불도 켜지고 가수들은 다 나갔는데 막도 안내려가고 세션분들은 계속 연주하고 계셨음.. 연주하시는데 일어나서 옷입고 나가는 사람 나가고 원래 그런가..? 너무 예의가 아닌 것 같았는데 흠.. 생각났다 이 공연의 좋았던 점. 왼쪽에 큰 악기(이름을 모르겠음..) 연주하는 여자분이 멋있었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