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8

마이애미의 환상

Sunshine state 2018. 1. 7. 06:47

마이애미에 가기로 마음먹은건 설리 인스타를 보고 나서다. 설리가 쿠바에 있는 사진을 올렸는데 너무 따뜻하고 행복해 보였다. 뉴욕은 너무 춥고 우울해서 나도 그러면 따뜻한 곳으로 가볼까 했다. 친구가 너는 마이애미가면 좋아할거 같아라고 흘리듯 얘기해서 찾아본 마이애미였는데 미국 최남단이고 쿠바랑 엄청가까웠다. 심지어 쿠바 사람들이 많이 넘어와서 살기도 하고 리틀 하바나라는 동네도 있다고 했다. 마이애미에 가면 나도 꼭 따뜻한 햇살을 받으면서 리틀 하바나를 걸어야지, 그게 이번 여행의 목표(?)였다. 일정도 8일이나 잡은것고 여유롭게 쉬다가 오고 싶어서. 쫒기듯 새벽에 나가서 밤에 들어오기 싫어서 7박8일로 잡았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생각과는 다른 점. 춥다.. 생각보다 마이애미가 춥다 ㅋㅋㅋㅋㅋㅋㅋ 지금이 평년보다 추운거 같다. 아니 평년 비할거도 아니고 그냥 평소 마이애미보다 이번주가 유난히 추운 것 같다. 다음주가 되면 좀 나아지는 것 같던데 괜찮을까. 스타킹에 청자켓에 목도리까지 해도 춥다. 배경은 야자순데 옷은 가을이다. 마이애미로 출발하기 전날부터 붙은 감기는 아직도 붙어있다. 벌써 4일짼데 제대로 바깥구경한건 어제 하루 뿐이다. 그마저 오늘은 비가온다. 호스텔에서 일기를 쓰다가 너무 시끄러워서 조용한 카페를 찾아 밖으로 나왔는데 이곳에 조용한 카페따위는 없다.

바다가 보이는 분위기 좋은..〰 이런카페를 원했는데.. 아니 그냥 바닷가의 조용한.. 아니 조용하지 않아도 그냥 카페면 괜찮은데 여기는 휴양지라 그런지 다 바를 겸한 카페다. 바닷가는 더더욱. 그래서 좀 더 멀리가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인적이 드문쪽으로 올라가봤는데 허허벌판이다. 미국의 카페는 한국이랑 꽤 다른 것 같다. 나는 음료나 마시면서 일기쓸 만한 카페를 찾고 있는데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휴유.. yelp도 구글맵도 내가 원하는 카페를 찾아 줄 수 없었어

마이애미는 나랑 맞지 않는지도 모른다. 나랑 맞는 도시는 어떤 곳일까? 옛날에 갔던 철학원에서 나는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가 어울린다고 그랬는데 그때는 믿고 싶지 않았지만 맞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도시생활을 원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도시에 있는 친구들과 추억과 맛있는 것들.. 을 좋아하는건데 아 이게 도시를 좋아하는 건가?;;; 중소도시에 살아도 저녁에 맥주 한잔 할 수 았는 친구나 단골 식당 몇개 분위기 좋은 카페 몇개만 있어도 사실은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도시생활을 원했던 큰 이유는 덕질 때문인 것 같다. 이제는 포기할 때도 된 것 같다. 아니 그냥 시간이 나면 어쩌다 한번씩 보러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얼마전에 카모메 식당이랑 바닷마을 다이어리라는 일본 영화를 봤는데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가 고성이나.. 영덕...보령... 이런데 사는 생각을 하다가 그마음을 접어버렸다. 역시 한적한 바닷가 마을은 여행으로 가는게 좋겠다. 이제는 여행이 지루하다고 생각도 들었는데 아직은 돌아다니는게 좋은가보다.

마이애미에 오면서 바랬던건 활력을 찾는 것이었다. (돈이 없기도 했지만) 일부러 호스텔을 고은건 사람들이랑 얘기을 많이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또래 친구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다. 나는 이렇게 막막하고 답답한데 다들 어떻게 살아가는 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을 잠시나마 떠나보기로했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생각을 듣고 싶어서. 그런데 이제 이 여행의 끝에서 나는 성공했는지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스무살의 나는 점점 외향적인 성격으로 변해갔고 스물다섯의 나는 점점 내향적으로 변해왔다. 똑같은 여행자인 나야도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다르다는걸 깨달았다. 그리고 마음먹은대로 생각한대로 잘 안된다는걸 느낀다. 성격은 고칠 수 있는걸까? 적극적인 사람이 되야지, 밝은 사람이 되야지 더 많은 사람들은 만나고 이야기해야지, 마음은 먹지만 그리고 떠나왔지만 잘 되진 않는다. 내 의지가 부족한가? 계획이 부족한가? 목표가 부족한가?

마이애미는 쉬려고 왔는데 정말 감기 때문에 억지로 쉬고 있다. 사실 하고 싶은게 있어서 온 건 아니라서 아쉽지는 않다. 다만 떠나고 싶어도 못떠나는 사람들도 많은데 (당장 주변에도 많고) 이렇게 흘리듯 여행하는게 뭔가 미래의 내가 후회할것 같다 ㅋㅋㅋㅋㅋㅋ 왜 그때 더 놀지 않았어!!!! 하고... 푹쉬어야지. 쉬면서 근 세달간 여행을 잘 정리하고 돌아가고 싶다. 지금 밀린 일기가 너무 많아...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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